강산이 바뀐다는 10년동안 한 자리를 지킨 작품이 있다. 척박한 대한민국 창작뮤지컬 시장에서 10년을 견디고 버틴 '그날들'이 주인공이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여섯번의 시즌을 맞이한 '그날들'은 그 자체 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그날들'은 이제 다음 10년을 향해 나아간다.
뮤지컬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20년 전 사라진 '그날'의 미스터리한 사건을 故김광석의 명곡과 함께 엮어낸 주크박스 뮤지컬. 뮤지컬 시상식 11개 부문 최다 석권은 물론이고 누적 관객 수 55만 명을 돌파하는 등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10주년 기념공연에는 초연부터 육연에 이르기까지 '그날들'의 역사와 함께 해 온 유준상을 비롯해 이건명, 오만석, 엄기준, 오종혁, 지창욱, 김건우, 영재, 김지현, 최서연, 제이민, 효은,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 등이 출연한다.
10주년 뮤지컬 '그날들'은 20년 시간의 간극을 이질감 없이 표현해 낸다. 정학의 '안경'을 통해 1992년이던 무대는 어느새 2012년이 되고, 실커튼을 비롯한 다양한 IT 기술이 결합된 무대는 관객들을 무리 없이 스토리에 녹아들게 한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액션 군무도 놀라움을 자아낸다. 특공무술, 유도, 검도, 헬기레펠, 격파 훈련까지 거친 배우들의 엄청난 노력의 결실을 만나볼 수 있다. 칼각 맞추는 앙상블의 뜨거운 활약은 '10년 롱런'의 비결이기도 하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특성상 기존의 노래에 스토리를 끼워맞추는 듯한 어색함은 여전하다. 코미디가 많이 포함돼 유난히 붕 뜨는 1막과 상대적으로 차분한 2막의 온도차도 다소 낯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들'은 한국인에게 친숙한 소재와 익숙한 멜로디로 남녀노소의 공감을 받기에 충분하다. 안정적인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더해지니 다른 캐스트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2019년에 이어 정학 역에 다시 한번 합류한 엄기준은 믿고보는 배우 답게 넘사벽 연기력과 존재으로 객석을 장악했다. 다만 독감과 코로나19 확진 여파로 컨디션이 완벽히 돌아오지 않은 목상태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더 글로리'로 주목받은 김건우는 코미디부터 로맨스, 브로맨스까지 완벽 소화하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편 뮤지컬 '그날들' 공연장의 정중앙에는 고 김광석의 영정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초연부터 늘 함께 해온 '김광석 자리'다. 매일 밤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자신의 음악을 듣고 고 김광석 역시 하늘에서 미소짓고 있으리라.
9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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