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중기가 '화란'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새 얼굴을 보여준다. '꽃미남'의 대명사였던 그가 거칠고 강렬한 조직 중간 보스가 되어 파격 연기 변신을 감행한 것.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관없고, 자신이 원했던 작품을 위해서라면 노개런티도 괜찮다고 말하는 송중기다. 그렇게 한 풀어내듯 연기 열정을 폭발시킨 '화란'이다. 아이의 아빠가 된 송중기가 '화란'으로 또 어떤 변환점을 맞이할지 기대가 더해진다.
22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창훈 감독, 홍사빈, 송중기, 김형서(비비)가 참석했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드라마다.
76회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 공개되며 언론과 평단의 열띤 호평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신예 홍사빈을 비롯해 송중기, 김형서(비비)가 강렬한 열연과 신선한 앙상블로 극을 꽉 채운다.
홍사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기댈 곳 없는 18살 소년 '연규' 역을 통해 송중기에 밀리지 않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다. 또 송중기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역을 맡아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렬한 연기 변신에 나섰다. 꽃미남 이미지는 버리고 생기 하나 없이 도구처럼 살아가는 치건을 유연하게 연기해냈다. 특히 송중기는 노개런티로 '화란'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김형서(비비)는 비참한 현실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연규'의 동생 '하얀' 역을 맡아 당돌하면서도 강인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연기 경력이 많지 않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이날 김창훈 감독은 데뷔작으로 칸에 초청된 것에 대해 "어린 시절 꿈만 꿔온 일이다. 얼떨떨하고 벌어졌던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송중기에 대해 "저와 홍사빈, 김형서는 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인데, 선배님이 중심이 되어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함께 작업해서 영광이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에 송중기는 "개런티 안 받았다고 이렇게 극찬을 해주는 거냐", "과찬이다"라고 화답했다. '군함도'(2017) 이후 6년 만에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송중기는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영화"라며 '화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노개런티 출연에 대해 "기사가 너무 많이 나서, 칸에서도 이 질문을 제일 많이 해줘서 솔직히 당황했다"라며 "노개런티 얘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누가 얘기해서 일이 커졌다. 처음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 저에게 제안을 해준 작품이 아니다. 업계에 도는 대본을 먼저 보고 하고 싶어서 역으로 제안을 했던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어 송중기는 "제가 본 대본은 지금의 결과물에 비해서 좀 더 거친 대본이었다. 눅눅하고 찐득한 느낌이 좋았다"라며 "혹시 제가 하고, 전체적인 제작비가 늘어나고 상업적인 흥행 공식이 들어가면서 매력적인 대본의 장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다"라고 노개런티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평소에도 '화란'과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하고 싶었다는 송중기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색깔, 정서의 작품을 한 것으로 만족한다"라며 "이렇게 어두운, 스산한 정서를 가진 작품을 계속 하고 싶었다. 그런 작품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의지와 다르게 못한 적이 있었다. 한이 됐다"라고 고백했다.
또 송중기는 "그 찰나에 대본을 봤다. 제가 느꼈던 정서가 맞다고 확신이 들었다. 이 대본이 매력적이었다"라며 "소외된 가정 폭력을 당하고 있는 소외된 두 소년의 어두운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기가 생겼지만, 이런 어두운 영화를 한다고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아빠가 이런 영화를 했다는 걸 봤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덧붙였다.
송중기와 연기 호흡을 맞춘 홍사빈은 "정말 영광이고 밥도 많이 사주셨다"라며 "저는 개런티를 받았는데, 선배님이 안 받으신 걸 몰랐다. 촬영 때 편하게 하라고 해주시고 액션 끝나면 안아주셨다.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감사하게 촬영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형서 역시 "맛있는 거 정말 많이 사주셨다. 선배님과 같이 하게 되어 럭키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송중기 역시 두 배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빈 씨는 이렇게 처음으로 큰 역할을 맡아 영화를 끌고가야 하는 것이 굉장히 부담 됐을텐데도 굉장히 차분하고 묵직하다"라며 "엔딩의 액션 시퀀스를 4, 5회차 찍었는데 새벽 6시까지 밤새서 간적이 있다.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깊다고 느꼈고, 첫 주인공인데도 서툴지 않더라. 처음 하는 친구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라고 홍사빈을 극찬했다.
이어 "형서 씨는 파닥파닥 튀는, 살아있는 활어 같은 느낌이었다. 좋은 의미인데 기사가 이상하게 날 것 같아 미리 사과한다"라고 말한 뒤 "본능적인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수로 활동하고 작곡과 작사, 뮤비 연출하는 재능들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저 뿐만 아니라 현장 스태프들이 다 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송중기는 "치건이 불쌍했다. 낚시 찌에 물린 것 같은 답답함을 떠올리며 봤고, 내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회사에 얘기를 했다"라며 "회사 직원들은 당연히 주인공 연규 역할로 알았던 것 같다. 직원이 '고등학생 역할 할 수 있냐'고 하더라. 책을 전해준 분도 '주인공 아니어도 되냐'는 얘기를 하면서 대본을 줬다. 저는 비중 같은 건 원래 따지지 않고 상관이 없다. 개런티도 안 받았지 않나. 그 정도로 이 역할을 매력있게 봤고 배우로서 잘 표현하고 싶은 욕망이 컸다"라고 치건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음이 아프고 서글펐다"라고 강조한 그는 "누아르 장르라고 하면 깡패 영화, 건달 영화로 접근하시는 게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청소년 누아르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결혼 후 최근 득남해 아빠가 됐다. 그는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는데, 축하해준 만큼 감사하다고 인사드릴 수 있는 자리가 생겨서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축하만큼 아이가 잘 크고 있다. 저는 초보 아빠고, 아내도 초보 엄마다. 이렇게 아이가 빨리 크는지 몰랐다. 진짜 빨리 크더라"라며 "아기 옆에서 잘 지내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송중기는 "사랑하는 이 영화를 이 타이밍에 소개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 뿐이고 그래서 부담은 없다.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거듭 감사를 전했다.
'화란'은 오는 10월 11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