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주연 추적 스릴러 '비밀', 뒤늦게 마주한 과거의 진실과 비밀
학교폭력·군대 내 가혹행위 등 사회문제 꼬집은 묵직함
스펙트럼 넓은 김정현의 열연·화면 꽉 채운 박성현의 존재감
아무렇지 않게 했던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그 가족까지 지옥으로 밀어 넣기도 한다는 끔찍한 비밀. 영화 '비밀'이 담아낸 비극적 진실이 씁쓸하고 아프다.
'비밀'(감독 임경호, 소준범)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윤동원 분)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김정현 분)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한밤 중 화장실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강력반 형사 동근은 사체에서 10년 전 날짜가 적힌 일기 조각을 발견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동근은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쪽지가 피살자와 함께 군 복무했던 영훈의 일기 일부분이라는 것과 영훈이 10년 전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근은 당시 군대 가혹행위의 배후에 있던 인물이자 제약회사 임원 성현(박성현 분)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하지만 그 역시 똑같은 방식의 연쇄 살인 사건의 피살자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던 중 동근은 영훈이 그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잊었던 기억과 함께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단순히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는 형사물처럼 보이지만, '비밀'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꽤 무겁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영훈은 10년 전 군대 내 가혹행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리고 그 이전에 어린 시절 학교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영화는 영훈의 과거를 뒤따라가며 학폭, 군대 내 가혹행위,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적 문제를 꼬집고 묵직한 질문과 여운을 던진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피해자가 결국엔 가해자였다는 충격적인 반전은 씁쓸함까지 느끼게 한다.
강력반 형사로 범죄의 실체를 밝혀내던 동근의 극이 진행될수록 뒤바뀌는 심경과 시선 역시 흥미롭다. 처음엔 일에 찌든 형사로 무미건조하게 사건을 바라봤던 그가 옛 친구 영훈을 떠올리며 느끼게 되는 죄책감과 복잡 미묘한 감정은 극의 결말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방관자 역시도 해당 사건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게 하며 생각할 거리를 선사한다. 과거를 쫓아가는 구성 방식도 산만함 하나 없이 깔끔하고 묵직하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호흡은 '비밀'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다. 김정현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며 괴로워하는 강력반 형사 동근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해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역할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감정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보니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도, 김정현은 흔들림 없이 극의 중심을 꽉 잡아주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특히 눈길을 끈 인물은 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제약회사 이사 성현 역의 박성현이다. 그는 캐릭터의 성격을 정확히 캐치해 작은 행동, 표정까지도 디테일하게 표현해 극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김정현과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긴장감을 높인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간 연극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쌓아온 연기 내공이 '비밀'을 통해 폭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슬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영훈의 엄마 역 길해연, 동근의 10대 학창 시절을 탄탄하게 연기한 SF9 다원은 물론이고 출연한 모든 배우가 현실감 있는 열연으로 유기적인 합을 이뤄냈다.
12월 13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