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수많은 작품 안에서 연기 열정을 녹여냈던 배우 故 이선균이 유가족, 동료들의 애달픈 배웅 속 영면에 들었다.
故 이선균의 발인이 29일 정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발인은 언론 비공개로, 유가족 및 동료 배우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졌다.
발인식이 끝난 뒤 장례식장을 나선 유가족과 동료들은 눈물로 고인의 마지막을 지켜봤다. 큰 아들이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었고, 아내 전혜진은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운구되는 유해를 지켜봤다.
생전 이선균과 친분이 깊었던 동료 배우들도 마지막을 배웅했다. 드라마 '골든타임'을 함께 했던 한 소속사 식구 이성민과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호흡을 맞춘 류승룡, 그리고 절친한 친구 조진웅이 먹먹한 눈물을 쏟아냈다. 고인과 작품으로 인연을 맺은 배우 설경구와 공효진, 김동욱, 유해진 박성웅, 류수영 등도 곁을 지켰다.
고인의 유해는 경기 수원시 연화장에서 화장을 진행한 뒤 경기 광주시 삼성엘리시움에 봉안할 예정이다.
이선균은 지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선균의 매니저가 이날 오전 고인이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한 후 연락이 안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방에 공조를 요청했고, 소방 당국이 숨진 이씨를 발견해 경찰에 인계했다. 발견 당시 이선균은 의식이 없었다.
경찰은 극단선택 시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위를 조사했고, 유족은 부검을 하지 않기로 하고 장례를 치렀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빈소에는 동료 배우들과 영화계 인사들의 슬픈 발걸음이 이어졌다.
고인과 한 소속사 식구인 이성민을 비롯해 조정석과 조진웅, 설경구, 이정재, 정우성, 전도연, 하정우, 문성근, 류준열, 유연석, 배성우, 김상호, 유재명, 김성철, 송영규, 대만 배우 허광환, 영화 감독 이창동, 이준익 감독, 김용화 감독, 신동엽, 정유미, 유해진, 송선미, 공유, 정려원, 오나라 등도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를 표했다. 고인과 함께 '킬링 로맨스'를 함께 했던 이원석 감독, '기생충'의 영광을 함께 누렸던 봉준호 감독도 황망한 발걸음으로 빈소를 찾았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조문했다.
연예계 동료들의 SNS 추모도 이어졌다. 배우 박호산과 보아, 이기우, 김옥빈, 김고은, 수현, 최시원, 류승수, 장성규, 윤종신, 윤택, 김송, 쿨 유리, 작사가 김이나, 홍석천, 정가은, 배철수, god 박준형, 에프엑스 루나, 박지윤 등이 추모글을 게재하고 고인을 기렸다.
이선균은 성실했던 충무로 대표 배우, 가정적이었던 남편이자 아빠로 사랑 받았으나, 마약 투약 조사를 받으면서 비운의 스타가 됐다.
이선균은 1999년에 데뷔해 드라마 '파스타'와 '커피프린스 1호점' '하얀거탑' '나의 아저씨', 영화 '끝까지 간다' '킹메이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한 톱스타다. 특히 아이유와 함께 한 '나의 아저씨'는 수많은 사람들에 '인생작'이 됐을 정도로 명연기를 펼쳤고. 2019년에는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주연으로 출연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 1월엔 SBS 드라마 '법쩐'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고, 지난 9월 개봉한 영화 '잠'에도 출연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대중과 만나왔다. 유작으로는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PROJECT SILENCE)'과 '행복의 나라'가 있다.
故 이선균은 배우 전혜진과 결혼 14년차로,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연예계 대표 잉꼬 부부였다. 전혜진이 출연하는 영화 '크로스'는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사망 비보로 인해 개봉 시기를 조율하게 됐다.
이선균은 지난 10월 마약스캔들에 휩싸이며 24년 간 쌓아온 영광의 시간들이 무너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선균은 올해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대마초 등 마약을 여러 차례 투약한 혐의로 형사 입건돼 약 2개월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았다. 3차례 경찰 소환조사에 응했으며, 지난 23일에는 약 19시간 동안 3차 소환 조사를 받았다. 사망 하루 전인 26일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이선균의 사망으로 무리한 수사가 나오자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와 진술,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