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김영옥·박근형 주연 '소풍', 2월 7일 개봉
노년의 삶과 죽음·존엄사 등 현실적 소재
'60년 찐친' 나문희·김영옥 연기 케미, 애절함+감동 더해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80대 배우가 전하는 80대의 이야기." 김용균 감독은 '소풍'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풍'은 인생의 마지막 앞에서 고향으로 떠나는 '60년지기' 나문희와 김영옥을 통해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여운 있게 그려냈다.
'소풍'(감독 김용균, 제작 로케트필름,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은 절친이자 사돈 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어느 날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환영을 마주한 은심(나문희)은 추억에 빠진 것도 잠시, 사업 위기를 피해 도망 온 아들 해웅(류승수) 가족을 맞는다. 은심과 해웅이 집문서로 다투는 가운데, 사돈이자 고향 친구인 금순(김영옥)이 불쑥 찾아온다.
홧김에 집을 나온 은심은 햄버거 가게를 거쳐 여관까지 금순과 일탈을 가장한 데이트를 즐긴다. 은심은 금순에게 남몰래 투병하는 사실을 털어놓게 되고, 금순은 은심에게 고향 남해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60여년 만에 고향을 찾은 은심은 리조트 개발로 소멸 위기에 놓인 고향 땅을 마주한다. 그러나 이후 자신을 짝사랑했던 태호(박근형)를 다시 만나 금순과 셋이서 16살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막걸리와 함께 추억에 젖는다.
하지만 은심의 기쁨은 잠시였다. 자신과 어머니의 과거를 들춰내는 고향 친구에게 고통을 받고, 자신의 병과 함께 은심과 태호의 고통도 마주한다. 설상가상 해웅의 사업 위기는 더더욱 악화되면서 은심의 내적 갈등은 절정에 달한다. 이후 은심과 금순은 바닷가 동산으로 마지막 소풍을 떠난다. 은심을 향해 "다음에 태어나도 니 친구 할끼다"라는 금순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소풍'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현실 찐친' 나문희와 김영옥의 연기 케미다. 서로의 '고통'에 직면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애절한' 우정 연기는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또다른 '절친' 박근형도 은심에 대한 순애보를 잃지 않는 태호 역으로 한 점 흠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자녀세대와의 갈등, 존엄사 등 노년의 현실적인 고민도 잘 그려냈다. 은심과 금순은 자신을 위해 부모의 추억을 뺏으려는 해웅과 자녀들로 고통받는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자식들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금순과의 대화에서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어서 존엄사래"라는 은심의 말은 진정한 '존엄'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특히나 나문희는 '소풍' 촬영 중이던 지난해 12월 남편과 사별하며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 나문희는 당시 남편과 연명치료 중단(존엄사)을 고민하던 사연을 전하며 '소풍'이 현실과 가까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엔딩곡으로 삽입된 가수 임영웅의 곡 '모래 알갱이'는 마지막까지 작품에 여운을 더하며 마음을 울린다.
2월 7일 개봉. 러닝타임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