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엠마 스톤 주연 영화 '가여운 것들', 3월 6일 개봉
독특하고 환상적이다, 놀라운 상상력과 연출·감탄 터지는 열연
경이롭고 멋진 엠마 스톤, 용감한 도전에 박수를!
그냥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환상적이고 경이롭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건지, 보는 내내 감탄이 터진다. 세상의 모든 찬사와 아름다운 수식어를 다 붙여도 절대 아깝지 않은 영화 '가여운 것들'이다.
'가여운 것들'(POOR THINGS/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은 천재 과학자의 손에서 새롭게 되살아난 세상 하나뿐인 존재 벨라(엠마 스톤)의 눈부시게 아름답고 놀라운 환상의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등이 경이로운 열연을 펼쳤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는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를 새롭게 되살린다. 벨라의 몸은 사실 빅토리아(엠마 스톤)라는 여성으로 임신 한 채로 목숨을 버리려 했던 것. 갓윈은 빅토리아의 몸에서 태아를 꺼낸 후 태아의 뇌를 빅토리아에게 이식하는 경악스러운 실험을 했다. 이에 벨라의 몸은 20대 성인이지만, 정신은 아이인 상태로 살아간다.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던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난다. 갓윈이 데려온 제자 맥스 매켄들스(라미 유세프)는 벨라를 관찰하며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갓윈의 요구에 따라, 자신이 마음에 품은 벨라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한다. 벨라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벨라에게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고 제안을 한 것. 이에 벨라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벨라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빅토리아 여왕 시대다. 산업 혁명 이후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던 시기이며, 극에서 등장한 것처럼 끔찍한 의학 실험도 많이 이뤄졌다. 특히 여성이 성적인 욕구를 드러내는 건 악마적인 것이라고 치부하는 등 여성의 도덕성을 강조했지만 상반되게도 역사적으로 가장 방탕한 시대였다. 이는 영화 속에서 굉장히 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벨라라는 인물을 통해 이를 꼬집고 풍자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자는 벨라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규제하려 한다. 초반 벨라는 남자들에게 들어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집을 떠나 세상을 마주하고 여러 많은 경험을 하게 된 벨라는 극 후반 자기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고, 잘못된 지점을 지적한다.
특히 유람선을 지나 파리에 도착하는 과정에서 벨라와 덩컨의 역전된 관계는 큰 웃음을 유발한다. 권위 의식과 자기애에 빠져 벨라를 강압하려고 하던 덩컨이 질투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존심을 내던지고 벨라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통쾌함까지 느끼게 한다. 영화의 제목이 왜 '가여운 것들'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벨라를 가엽게 바라보던 우리 모두가 사실은 진짜 가여운 사람들일지 모른다.
물론 파리에서 벨라가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일을 비롯해 비윤리적인 실험 내용과 관련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벨라의 행위가 아닌 수치심이나 트라우마가 없는 벨라의 선택과 그에 따른 성숙에 초점을 맞춰 '여성의 자율성', 그리고 결과적으로 수직 관계가 아닌 평등적 구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인 성장 캐릭터인 벨라를 지켜보는 재미가 굉장히 크다. 자기 몸에 대한 탐구를 시작으로 결국 '나는 누구였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벨라는 솔직해서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굉장히 매력적이다. 왜 남자들이 벨라를 사랑하게 되는지를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벨라를 연기한 엠마 스톤의 연기는 어떤 극찬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랍고 대단하다. 말을 잘하지 못하고 걷는 것도 힘들었던 어린아이부터 정신적으로 성장한 진짜 성인이 된 상태까지, 이 모든 과정을 너무나 섬세하고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엠마 스톤이기에 가능했던 '멋진' 벨라였고, 그의 용감한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마크 러팔로와 윌렘 대포의 열연 역시 일품이다. 특히 마크 러팔로의 탁월한 연기 내공으로 입체적으로 그려진 덩컨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남자로 극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질 정도로 '가여운 것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연기 뿐만 아니라 시작부터 신경을 건드리는 음악, 독특한 앵글, 화려한 의상과 화면 색감 등 모든 것이 환상적인 수작이다.
3월 6일 개봉. 러닝타임 141분. 청소년관람불가. 쿠키영상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