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대한항공 납북 미수 사건 실화 바탕, 6월 21일 개봉
사명감으로 목숨 걸고 지켜낸 승객, 뭉클한 서사
단조로운 구성·빈약한 캐릭터의 아쉬움
실화를 무기 삼아 뭉클한 서사를 담아냈지만, 영화적 재미는 상실됐다. 실화 바탕 영화의 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 '하이재킹'이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다. 하정우와 여진구, 성동일, 채수빈 등이 열연했다. 1971년 겨울 속초공항 여객기 조종사 태인(하정우)과 규식(성동일)은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탑승 중인 승객들의 분주함도 잠시, 이륙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제폭탄이 터지며 기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라며 여객기를 통째로 납치하려는 용대(여진구) 때문이다. 용대는 조종실을 장악하고 무작정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폭발 충격으로 규식은 한쪽 시력을 잃고 태인은 혼란스러운 기내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다. 이들은 여객기를 무사히 착륙시키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하이재킹'은 '1987', '백두산', '아수라' 등의 조연출을 맡았던 김성한 감독의 연출 데뷔작으로, 실제 1971년 발생했던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해당 사건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서 다뤄진 적이 있다.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한다. 전 세계적으로 하이재킹이 가장 많이 발생한 시기는 1968년~1972년으로, 5년간 총 325건(미 연방항공청 통계)의 하이재킹이 발생했다. 이후 X-ray 검사, 금속 탐지기 등 보안검사가 강화되면서 하이재킹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영화는 긴박한 하이재킹 상황과 360도 공중회전(임멜만턴)부터 전투기 추격 장면 등 고공 액션을 효율적이면서도 실감 나게 구현해냈다.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동감과 쾌감이 존재한다.
또 승객들의 무사 탈출을 위해 온 힘을 쏟는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의 사투는 실화라는 사실로 인해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과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태인이 사명감을 바탕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하고 소신을 지키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기에 현실감이 담보된다는 건 분명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신파를 경계해 최대한 담백한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봤다는 점도 돋보인다. 해당 사건을 알고 있는 이들도 있겠지만, 영화를 본 후 검색을 해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는 관객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런 의미 외에 티켓값 아깝지 않은 영화적인 재미를 제대로 담아냈느냐 묻는다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기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주는 긴장감이 그리 크지는 않다. 오히려 단조로운 동선과 반복되는 상황에 늘어진다는 인상이 강하다. 구성 역시 평면적이고 밋밋하다.
게다가 여객기를 납치하고 협박하는 용대의 악역 존재감도 빵 터지지 못한다. 특유의 저음 목소리, 돌아버렸단 말이 딱이다 싶은 광기 어린 눈빛 등 여진구의 열연과는 별개로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지 못하다 보니 후반부는 더 맥없게 느껴진다. 이미 정해져 있는 결말도 마찬가지. 실화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안전한 선택만 했다 싶은 결과물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6월 21일 개봉. 러닝타임 100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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