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을 하고 사는가"라는 화두를 던진 '데드맨'. 휘몰아치는 사건 속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의 연기 역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더한다. 봉준호 감독이 초고부터 디테일한 조언을 해줬다는 '데드맨'은 하준원 감독의 치밀함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새로운 범죄추적극을 완성했다.
29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하준원 감독, 배우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이 참석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천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 연출작 '괴물'의 공동 각본을 썼던 하준원 감독의 데뷔작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명의 도용과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 얽고설킨 다채로운 캐릭터 군단 등으로 독특하고 신선한 재미를 안긴다.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무게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정치계에서 살아남고자 판을 짜고
조진웅은 바지사장계의 에이스에서 누명을 쓰고 '데드맨'이 된 남자 이만재 역을, 김희애는 이름을 알리는 데 정평이 난 정치판 최고의 컨설턴트 심여사 역을, 이수경은 이만재의 행방을 쫓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의 운영자 공희주 역을 맡았다. 여기에 박호산, 이시훈, 최재웅, 유연수, 김원해, 최수영 등이 힘을 보탰다.
이날 김희애는 "연기를 오래했다고 하는데 부끄럽고 반성 많이 했다. 언제 제 마음에 들지 싶어서 부끄럽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 순간엔 절 놓고 심여사로 연기했는데 저도 사람인지라 자기 음성 녹음된 거 들으면 민망하다"라며 "오늘 연기한 걸 처음 봤다. 새롭기도 하고 배우로서 행복하지만 본인으로 돌아왔을 때는 부끄러운 것도 사실이다"라고 전했다.
김희애를 위해 대본 수정도 했다는 하준원 감독은 "김희애 선배님께 캐스팅 제안을 드리자는 제작사 대표님 얘기를 듣고 해주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했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라며 "한 배우를 두고 캐릭터를 쓰면 대본을 다시 쓰게 된다. 대사 톤이나 인물의 구체적인 형상을 두고 쓰다 보니 동일한 캐릭터지만, 김희애 배우의 연기를 더 투영해서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조진웅 역시 김희애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오래 작업했지만 저는 모니터를 못한다. 아직 민망하다. 쥐구멍을 항상 찾곤 한다"라며 "철저하게 이만재 캐릭터를 입고 나를 던져보자 라고 생각해 날것 같은 리액션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세 배우는 함께 작업하면서 느낀 바를 고백했다. 먼저 조진웅은 "김희애 선배님은 더 이상 말할 게 없을 정도로 협연한다는 거 자체로 영광이었다. 행복한 작업이었다"라며 "디테일한 에너지가 좋았다. 나는 감히 들이대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감탄했다. 또 "이수경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캐스팅 소식을 들었다. 저녁 자리에서 배우들에게 물어보니 축하한다고 칭찬을 하더라. 왜 칭찬을 받아야 하는가를 현장에서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조진웅은 김희애가 심여사 역할을 맡아 소화해낸 장문의 대사에 대해 "두렵다"라며 "올바른 화술과 디테일함을 저는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감탄했다.
김희애는 "조진웅은 배우로서도 좋은 분이지만 실제로는 더 유머러스하고 인간적이다. 매력있다. 영화를 통해 만나서 행복했다"라며 "이수경은 무색무취, 깨끗하고 얼굴이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지성이 풍부해보이고, 너무 매력이 넘쳐서 같이 하게 되어 좋다. 앞으로도 이수경이 출연하는 작품에 계속 같이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수경 역시 "선배님 두 분과 촬영해서 영광이었다. 조진웅 선배님은 카리스마가 있어서 어떨지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말랑말랑한 분이다. 현장에서 BGM도 깔아주고 유머러스함에 감사했다"라며 "희애 선배님은 같이 찍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마치 감독님처럼 작품 전체를 보고 계시는 것처럼 연기하셔서 궁금하고 존경스러웠다"라고 존경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 심여사 역할을 위해 컬러렌즈를 끼기도 하고 과감한 메이크업도 소화한 김희애는 "분장팀이 해주는대로 따라 했는데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 된다"라며 "대본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전문적인 용어 나올 때는 계속 대본을 봐야 했다. 머리가 아팠다. 발음, 대사 안 틀리고 많은 분들에게 폐 안 끼치려고 제 신에만 집중해서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하기로 한 건 첫 번째도 대본, 두 번째도 대본이었다"라며 "재미있다고 하면 N차 관람을 한다고 하는데, 한 번, 두 번 더 보고 하면 조금 더 놓친 것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본다"라고 덧붙였다.
조진웅은 "대본이 잘쓰여진 이정표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이 집필하기 전에 취재를 5년 했다고 하더라. 치밀함이 담겨 있었다"라며 "신인 감독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파트별로 굉장히 훌륭하고 감독으로서의 진정성, 에너지가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화 한 번 안 내고 저희들을 풀어줬다. 시나리오의 매력, 치밀한 구성 안에 만재가 뛰어들면 재미있을거라는 생각으로 해서 즐거웠다"라고 작품의 매력과 촬영 현장에서 느낀 바를 밝혔다.
이어 이수경은 "저는 목적이 굉장히 뚜렷한 캐릭터다.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았지만 극 전체를 이해해야 했다"라며 "온전히 다 이해했다고 할 수 있나 싶어서 촬영 끝나고도 자신이 없었다. 완성본을 오늘 보고 많이 이해한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하준원 감독은 "오래 쓴 시나리오고 글자 하나하나 연기로 구현이 됐을 때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저 스스로는 많이 감동받으면서 지켜봤다. 한 장면 꼽기 힘들 정도로 영광스러운 작업이었다"라고 세 배우와 함께 첫 영화를 완성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데뷔작이라 실수 투성이다. 많은 스태프들, 베테랑 배우들과 한 컷 한 컷 만들었는데 다행이라면 후반작업 기간이 코로나로 길어지면서 후반작업을 열심히 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에서부터 자본, 권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과연 책임을 지고 사는가,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 라는 질문을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다"라며 "그런 고민이 제 안에 있었고 상업 영화로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결과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봉준호 감독이 조언을 해줬느냐는 질문에 "초창기 1차 편집본을 보셨고 토요일에 GV 때 영화를 보실 것 같다"라며 "대본에 있어서는 수정고를 보여드려서 조언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신마다 자세하게 리뷰를 해주신다. 대사까지 디테일하게 짚어주셔서 도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꾸준히 인내를 가지고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로 좋은 배우들과 작업할 수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라고 영화 데뷔 소감을 밝혔다.
'데드맨'은 오는 2월 7일 개봉된다.